특별한 기억법

댈희의 특별한 기억법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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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잘 그리는 사람 공감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 금손 앞에가면 금새 쭈굴해질지언정 나 혼자 있을 때, 혹은 나 스스로를 평가할 때 나는 나 스스로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다. 뭐랄까. 내가 가진 능력치 중에서 어떤 부분이 제일 나으면 그게 남보다 못 미치더라도 나는 그 능력치 부분에 전문가라 믿고 사는 것이다. 그 정도 자만감 내지 자존심도 없으면 세상 살기 힘들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 그래서 그림 잘 그린다고 공감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 경험 몇 가지 적어보겠다. 1. 초등학교 때 ‘몇 반 만화가’로서의 명성을 떨쳤다. 2. 선생님한테 인정 받았다. 특히 교생선생님한테 인정받음(잠깐 왔다 가셨는데도 내가 최고였나봄) 3. 시험볼 때 남는 시간에 그린 게 너무 띵작이라 버리기 조차 아..

댈희의 기억 2021.09.11

뒤 돌아서면 잊어버리던 날들

뒤 돌아서면 잊는 나이가 있었다. 때는 내가 1학년이었던 것 같다. 몇 안 되는 기억의 파편 속에서 꽤나 정확하게 남아있는 부분이다. 나는 그때 곰돌이 푸우를 읽고 있었다. 그게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연신 킥킥 대며 웃었다. 내가 너무 재밌게 읽으니 옆에 있던 친구도 덩달아 기웃거렸다. 한 참을 킥킥대다가 불려나갔다. 그 때는 아마도 공부를 해야 하는 수업시간이었나보다. 대체 수업 시간에 무슨 생각으로 동화책을 읽으며 킥킥 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내가 굉장한 노답이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선생님께 불려 나가서 30cm 자로 손바닥을 맞았던 것 같다. 물론 아팠겠지만 대수로히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들어가자마자 또 동화책을 집어들고 킥킥 대며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친구도 같이 나가서..

댈희의 기억 2021.09.10

고양이가 개보다 나은 이유

고양이가 개보다 나은 이유 —어릴 적 기억— 사실 나는 줄 곧(?) 개를 키워왔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키운게 아니라 우리 집에는 개가 있었다. 지금 반려견 느낌의 개는 아니었고, 마당에서 키우는 개였다. 다행히 마당이 있어서 안에서 마음껏 다녔는데, 가끔은 묶어두곤 했다. 산책을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문을 열어두면 실컷 놀다가 저녁이 되면 밥을 먹기 위해서 돌아오는 식이었다. 그리고는 또 밤새 묶여있고 뭐 그랬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밖에서 놀다가 자기 씨를 뿌리는 수컷 녀석도 있었고, 쥐약을 먹고 힘을 못 쓰다 죽는 녀석도 있었다. 그래도 동네 어디선가 늘 새끼 강아지를 구해와서 개를 길렀던 것 같다. —— 독립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고양이를 키웠다. 개를 키우던 나에게 있어 고양이는 너무 무서운 존..

댈희의 기억 2021.09.09

하이큐 보는 내 모습

하이큐 보는 내 모습에 대해서 기록을 남긴다. 누군가 추천해줘서 하이큐를 보았다. 시즌1,2 정도를 본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 해주는 만큼 보는거다. - 슬램덩크가 조금 생각났다. 내 어린 시절 원픽은 역시 슬램덩크였다. 마이클 조던이 뛰던 불스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을거다 팀 유니폼 색깔도 그렇고 로드맨, 피펜 등 주변 인물도 불스의 멤버와 비슷하니까. 그래서 그런지 크게 오바스러운 부분이 없는 정말 완성적인 그런 만화였다. 오바라고 해봐야 현실에 있는 것을 표현했을 뿐이다. 고교생이 마이클 조던의 수준이라는 것 정도…ㅋ 무튼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하이큐의 액션이나 기술 역시 현실에서 아예 불가능한 것은 (몇몇 있으나) 아니라는 점이다. 속공을 기가 막히게 하는 두 주인공의 도전을 응원하며 보게 ..

댈희의 기억 2021.09.08

나쁜 말에 반응하지 않으려 했었다.

나쁜 말에 반응하면 더 나쁜 말을 듣게 되는 것 같다. 나에게 가해지는 직접적인 나쁜 말도 문제지만 나 이외의 타인을 향하는 독설을 들을 때도 내 안에서 무언가 나쁜 감정이 들게 된다. 보통 이럴 때 나는 자리를 피하거나 들은 채 만 채 했던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은 부정적인 마음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애써 그런 것들을 외면하려 했다. 그러다 그 사람이 공감해주지 않음에 지쳐서 가버리면 그제서야 ‘갔다’ 하며 마음 속으로 즐거워 했던 것 같다. ————- 이제 나이가 서른 중반이 되었다. 이전 처럼 누군가가 누구를 욕할 때 나의 마음이 동요하지 않기에 애써 그 이야기를 외면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저 들으면서 그랬구나 맞다. 그 말이 맞다 하며 황희정승 아류 노릇을 하며 공감해주는 아..

댈희의 기억 2021.09.07

껌으로 꽃을 만든 아이

외삼촌이 군에 복무하던 때였나보다. 내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외삼촌 면회를 갔다. 그 때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이었다. 뭐 사실 군대는 이상하게 눈이 많이 오고 잘 녹지 않는다는 것을 20년은 더 흘러야 할 게 되었지만 그 때는 그저 하얀 눈이 예쁘다고 느끼는 어린 아이였을 것이다. 외삼촌 면회를 가서 자연스레 어른들은 담소를 나누었으리라. 너댓살의 남자아이는 무얼했을까… 그 때 나는 껌을 씹고 있었나 보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나중에 수십, 수백번을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를 보고 어린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앙상한 가지 만큼이나 말라버린 삼촌의 얼굴에서 군대 생활의 고단함이라도 엿봤다는걸까? 알 수 없다. 아이들에 행동에는 종종 아무 이유가 없듯이..

댈희의 기억 2021.09.06